Sunday, March 27, 2005

집 근처 거리시장

지금 사는 집에서 10여분 걸어가면 다다르는 곳에 거리 시장이 있다. 보통 장을 보는 곳이 대형 수퍼마켓이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오고자 다짐한다. 여기 오면 야채, 과일, 생필품 등 웬만한 것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좋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우리나라 시장 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 가게 주인들이 외쳐 대는 소리에 이끌려 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곳은 유서 깊은 곳. 100여년 전 이 동네 중심지로서, 시장이 위치한 곳은 당시부터 존재하던 마차길이었다. 시계탑 역시 그 만큼 오래된 것.

몇년전 런던에 처음 부모님께서 오셨을 때 산책 삼아 둘러보았더니 울 아버지 하시는 말씀..."서양애들이 시장에서 물건 파는 것 보니 신기하군, 허허." 관광객이나 사업차 오는 외국인만을 한국에서 접하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군 하셨나 보다.

Saturday, March 26, 2005

오늘 또 하루 헛탕?

아마 논문 진행이 더디면서 자주 하게 된 말이 '오늘 하루 또 헛탕!'이라는 말일게다. 아침 (혹은 점심) 무렵에 일어나 오늘 뭘 할지 될동말동한 목표를 세워 놓고 나선, 영락없이 제대로 써논 것 없이 늦은 밤 무렵에는 또 다시 '헛탕'이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 나왔다. 문득생각해보니 어느덧 요즈음 하루하루가 외적인 목표에 맞추어 짜여온 것 같다. '내 안의 시간' 혹은 '내적 척도' -- 이러한 것을 생각하며 살고자 했던 것 같은데...

이루고자 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과정이 중요할터인대, '끝'을 생각하고 그것에 매달리면서 그 끝과 관련이 없다고 나름 판단해버린 일들은 그냥 불필요한 배설물이 되어 버린다. 낯선 땅에 와서 이리저리 '생존'하고자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세운 목표가 나를 얽어매고,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것이 습관처럼 굳어진 것 같아 당혹스러워진다... '차이'를 인정하고, '간격'이 주는 그 거리의 긴장감을 즐기다, 어느 순간 '간격' 그 자체가 굳어지고 말아 버렸나보다. 그 와중에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은 격려가 아닌 자학으로 둔갑해버린다.

'내적 척도의 부활' - 금년 한 해의 과제이다. 내게 주어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겨야겠다.

Tuesday, March 22, 2005

뒷뜰에 여우 출현


열흘전 집 뒷뜰을 무심코 내다 보다가 여우를 발견했다. 전형적인 주택가인 이곳에는 집집마다 정원이 딸려 있는데 서로 맞닿아 길게 이어지다보니, 숲처럼 나무들이 우거지게 마련이고 그 안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꽤나 많고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찾기 힘들다는 여우가 여기서는 들개 마냥 흔하다. 밤 늦게 집에 가다보면 집앞 길을 가로 지르는 여우를 자주 만나는데, 가끔 인적이 없는 정원에는 벌건 대낮에 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5년 런던에 사는 여우의 현주소는 대부분 위의 그림과 같다...

Sunday, March 20, 2005

(박사)논문쓰기

시간은 자꾸 가는데 논문은 굼벵이 산책 나가듯이 한다. 지도교수 만날 때마다 지난 계획표를 끄집어 내어 수정하면서, 이번에는 지켜야지 하면서도 결국 또 고치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니 아무래도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를 못한 내게 게으름이 있던지, 계획표 자체를 욕심만 내어 잘못 짰던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무래도 내 글쓰기 방식에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나 가면서 처음 가졌던 포부는 점점 사라지고 어느덧 '기계적인 정리'가 되어 가는 느낌.

남은 시간 잘 쓰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결론 몇 가지 간추리며 스스로를 추스려 본다.

1. 박사논문은 많아야 다섯명이 본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나, 지도교수, 심사위원 두 사람, 그리고 교정 보는 사람).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야 더 할 나위 없지만, 사실 도서관 서고에 쌓여 있는 논문들의 90%는 두 번 다시 들춰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론은 욕심내지 말 것.

2. 처음 가졌던 계획대로 계속, 꾸준히 써 나갈 것. 일단 처음 생각대로 쓴 이후 수정을 볼 것.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이 점인데, 쓰다보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수정하고, 새로운 자료 보면 도로 앞에 가서 추가하고, 그러다 보면 끝을 쉽게 보지 못한다.

3. 한 문장이 세 줄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간결하게 쓸 것. 영어를 아무리 신경쓰며 잘 해 볼려고 해도 모국어가 아닌 이상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쓰다보면 주저리 주저리 이말 저말 더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꼭 문장 하나에 온갖 접속사 다 들어가면서 만연체로 늘어진다. 그러다 꼭 지도교수에게 핀잔 아닌 핀잔 듣는다. 문법적으로 맞을지 모르지만 읽어도 뭔소린지 헷갈린다고... 자고로 국어나 외국어나 간결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4. 책상위에 많은 책이 쌓여 있지 않도록 할 것. 이것 역시 제대로 안되는 점이다. 항상 내게 도움말 주는 친구 왈, 박사과정 일찍 끝내는 사람들은 대게 책장 위에 책 몇 권 없다 한다. 쓸데 없는 자료들 뒤적이다 시간 소비하지 말자.

5. 논문을 준비하며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도움을 항상 잊지 말 것. 개별 면담하며 만난 분들을 생각하며, 초심을 잊지 않도록 항상 되새길 것.

6.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을 즐기기. 살면서 쓰고 싶은 말을 한 권의 책(논문) 속에 담아 낼 수 있을 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고역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이어야 마땅하다. 항상 이 점을 잊지 말아야 겠다. 과정이 끝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매순간을 즐길 것.


추신: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 계신 어느 선배께서 이 글 읽고 보내셨던 답글을 아래 덧붙입니다. 이해하시겠지요 ^^

이 글을 보니, 아직도 그 지옥같던 시간들이 생각이 납니다. 보다 못한 집사람이 어느날 이쁘게 생긴 종이박스 하나를 사왔습니다. 하는 말씀이, 드래프트를 쓰고는 집어놓고 절대로 꺼내지 말라는 군요. 다시는 손을 못대게 ^^. 딴에는 도와준다는 거였는데, 학생이 말을 안들어서 실효는 없었죠. 제 조언이요?

첫째, 쓰는것 보다, 고치는데 시간을 많이 할것. 장의 back bone을 거칠게 쓰고, 여러번 손질을 하라는 뜻입니다. 디테일이 너무 강하면 논리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둘째, 밤에는 고치지 말고, 주로 낮에 수정할것. 밤에는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저는 공원에 들고 나간적이 많은데, 벤치에서 읽고 고치고, 산책도 하고. 이럴때일수록, 규칙적으로 운동을.

셋째, 가중은 참 중요한 것 같더군요. 할말이 많아 서론이 길어지다 보면, 결론이 초라해서 황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꼭 강조하고 싶은 자신만의 발견과 의미에 가중을 잘 고려해서 하일라이트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넷째, "How to write a thesis"는 학위 다 받고 읽어보았습니다만 (왠지 처세술같아서). 역시 서양인이 쓴 내용답게. 정량적이 관리를 강조했던게 인상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장은 5000자가 될 지 3000자가 될지를 정해보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죠. 버젼닝관리까지 합해서요.

다섯째, 끝낼날을 꼭 정하십시요. 그래야, 끝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의 박사논문은 결국 자기만족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심사관들의 질문이 기대이하여서,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괜히 시간만 더 보낸것 같고. 요즘같은 시대에. 한데, 담금질이 잘 되어있는지는 박사후의 연구생활을 통해 알 수 있는것 같습니다. 좀 더 날카롭게 좁은 구멍을 깊이 깊이 팔 수 있도록 조련하는 기간이니, 너무 조바심은 내지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글을 보니, 인제 다 끝난것 같습니다. 너무 잘 한 모습만 지도교수한테 보일생각말고, 초본이 섞인 장이 있더라도, 전부 출력해서 제본을 해 보십시요. 손에 잡히는 순간 끝이 보입니다 ^^.

열심히 응원할테니, 봄에는 땀 좀 흘려봅시다.

Saturday, March 19, 2005

장국은 뚝배기에...

장국은 역시 뚝배기로 끓여야 제맛이 나나 보다. 얼마전 중국친구와 술 마시고 들어온 날, 부실한 저녁에 배가 출출했던 참이었는데 얼마전 산 뚝배기로 수정이가 콩나물 장국을 끓여 주어 맛나게 먹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뚝배기 태워 먹고, 아쉬워 하던 참에 런던 한인슈퍼에서 하나 사왔다. 이 날 이후로 일주일간 거의 매일 뚝배기 요리를 해먹은 것 같다. 이제 맛난 새우젓갈만 좀 더 구하면 된다... 누구 남는 새우젓 없나요? ^^;

'정이 깊은 집'

오랜만에 초코파이 한 상자 사가지고 집에 와 풀어보았다. 예전에는 없던 '부록'이 딸려 있어 살펴보니 '꼬빌情마을' 만들기... 심심풀이로 만들어 보았는데 나름대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놀이물이었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만3세 이상 아동을 위한다는데, 내게도 잠시나마 집중을 요구한 재밌는 놀이였다. '정이 깊은 집'을 장만하였으니 다음에는 어느 집을 구해 '꼬빌 마을' 지어 볼까나...

Friday, March 18, 2005

다시 눈오는 날


앞서 올린 눈 오는 사진 찍은 뒤로 더 큰 눈이 한번 더 왔다. 이번에는 좀 더 눈 다운 눈이랄까... 금새 녹아버리긴 하였지만 2월 끝무렵 26일 내리는 눈 이후로 몇 주의 꽃샘 추위가 이어지더니 이제 봄이 도착했나보다. 주변에 심어진 벚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있다.

Friday, March 11, 2005

술 마시기 + 중국 명주

어제는 오랜만에 펍에 들러 맥주를 들이켰다. 요즘 더디게 진행되는
논문 핑계대면서 술집을 멀리 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한 잔 술이 두 잔되고, 더 이어 지다가 결국은 네 잔을 마시고 나오니 말 그대로
알딸딸... 잠이 부족한데다 알딸딸하니 결국 집에 오는 버스안에서
졸다가 결국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 버렸다. 예전 서울에서 퇴근
길에 술한잔 하고 집앞 지하철역을 지나쳐버리던 그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나 보다. 회귀본능인지, 그래도 너무 멀리 가버리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북경에서 울 학교에 잠시 방문학자로 와있는 중국친구와 한잔
하였는데, 중국사회변화에 대한 주제로 이 얘기 저 얘기 한 것
같지만 잘 생각도 안나고 남는 것은 중국 명주로 그 친구가 권해준
아래 목록. 술 마시고 술이 남으니 그 것으로 족한 듯 싶다. 중국 가실 분들은 다음 술 꼭 참조하시라... ^^

1. 酒鬼 (湖南省)
2. 衡水老白干 (河北省)
3. 洋河 (江蘇省)
4. 口子 (安徽省)

추신: 그 중국친구의 별명이 '酒鬼'이다...이 친구 앞에서는 술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