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30, 2005

Bruce Nauman - 'Raw Materials'

런던 Tate Modern 터빈홀 전시관에 후배와 잠시 들렀다 접하였던 전시였다. 탁 트인 공간에서 벽면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스피커를 설치하고, 각 스피커에서는 작가가 선별한 '말'이 반복적으로 흘러 나오게 되어있었다. 그 '말'들이 공간으로 퍼지면서 섞여 '음성의 collage'를 이룬다.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무슨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뒤섞여 효과음이 독특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스피커 하나 하나를 지날 때 마다 서로 다른 말들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나 크고 작은 소음에 둘러쌓여 살면서, 일정 크기의 소음은 소음으로도 느끼지 못하는 도시민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같은 느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타인이 내게 표현하고자 했던 무수한 말들이 얼마나 그 '뒤섞임'에 묻혀 사라지거나 오해되어 읽혔는지 모를 일이다.

전시에 대한 소개는 다음 웹사이트 참조
http://www.tate.org.uk/modern/exhibitions/nauman/default.shtm

훌쩍 지나간 봄

집앞 길가에 꽃들이 피었기에 '이제 봄이 왔나 보구나' 생각하며 각종 꽃들 사진을 찍어야지 생각하다 결국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학교 가다 지는 꽃들을 바라 보며 아쉬움에 급히 남긴 것이 그나마 이 사진들...

2005년 봄은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버렸다. 2006년 봄은 꼭 그 화사함을 만끽하련다.

Saturday, May 28, 2005

'살다가' - SG 워너비

'살다가' (노래: SG 워너비)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래
너 없는 하늘에 창 없는 감옥 같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 것 같아 보인대
사랑해도 말 못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번만 기억하겠니
살다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 것 같아 보인대
사랑해도 말 못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번만 기억하겠니
우린 마지못해 웃는 거겠지
우린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내 곁에 있어도 내 곁에 있어도 눈물 나니까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태워도 태워도 태워도 나만 타면
남김없이 태워도 돼
후련할 때 까지
나 살다가...
나... 살다...가...

(삽니다. 태우지도 않고 삽니다.)

Tuesday, May 24, 2005

올.미.다.

집에 텔레비젼이 없어 한동안 visual 결핍증에 시달리다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 빠져 들었다.

어떡하면 좋냐.....

Tuesday, May 17, 2005

영화 Private

지난 토요일 본 영화. 계획없이 영화관 둘러 보다 고른 영화인데 나름 빠져들면서 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어느 팔레스타인 가정과 그들 집을 무단 점유 사용하던 이스라엘 군인과의 긴장관계로 풀어내던 이탈리아/팔레스타인 영화. 감독은 Saverio Costanzo라는 30살의 젊은 감독.

5남매 및 그 부모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풀고자 하지만, 감독의 촛점은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맞추어진 것 같다. 무단점령에 대항해서 '자존심을 지키며 싸우자'라는 청소년 자녀들을 끝까지 설득하고 억누르는 아버지, 자신의 가정을 버리고 피난을 간다면 결국은 도망자의 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그는 자기만의 '무저항의 저항'을 실행하고 있다.

지극히 제한된 공간내에서 적은 인원으로 만든 영화인데 탄탄한 구성을 지녔다. 이스라엘 군인 역시 결국 인간으로 시스템의 일부분이라는 것 역시 마지막에 살짝 드러나고 있다. 지금 런던 Curzon Soho에서 상영중.

감독: Saverio Costanzo

영화 리뷰
http://bbc.net.uk/dna/collective/A4056815

Monday, May 16, 2005

'비공식' 6년, '공식' 13년

만6년전 5월 15일 여러 손님들 앞에서 공식커플임을 선언한 기념으로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둘 만의 휴일다운 나들이를 즐겼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점'을 먹고, 차이나타운에 가서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China City 딤섬으로 배를 먼저 채웠다. 북경을 떠나온 후 1년반 동안 맛보지 못한 딤섬을 보니 자주 오지 못한 것을 후회... 천천히 시내를 거닐며 신발 쇼핑을 하다 저녁엔 영화 한편... 이후 맥주 한잔 나눈 후 집에 돌아 왔다.

그러고 보니 둘 만의 휴일을 나들이하며 보낸 것이 반년만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올 초 두 사람의 생일도 제대로 기념 못하고 미루었으니, 무슨 큰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리 쫓기며 지내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 보면 결혼기념일을 제대로 챙기며 지내본 적이 없는 '멋없는 신랑'이 되어버렸다. 1주년은 전날 학교에서 밤새우며 프로젝트하다 늦게 들어왔는데 개념없이 선물이라고 화분을 국화화분으로 골라 와서 수정에게 한소리 들었다. 2주년은 연구계획서 제출한다고 하다가 기념일 며칠 뒤에야 베니스 여행을 갔었고, 3주년은 부모님 방문하는 동안이라 간단히 저녁 늦게 둘이 홍대앞 까페로 커피 한잔 데이트로 넘겼다. 4주년은 런던-북경 이렇게 둘이 떨어져 지냈고, 작년은 뭘 했는지 기억이 없으니 별다른 일 없이 정신놓고 지냈던 것 같다.

둘이 처음 데이트 한 날이 8월이면 다가오는데, 달리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결혼기념일 보다는 더 의미가 있는 날이다. 뭐 그렇다고 첫데이트날을 딱히 그럴싸한 기념을 하며 지낸 것은 아니지만서두...그 때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나서도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지내니 좋고, 서로를 계속 발견해가면서 지내니 더욱 다행이다.

Friday, May 13, 2005

"몇 살이세요"

어제 낮에 처음 만난 어느 한국사람...수정이와 먼저 통화를 하고 연락이 되어 잠시 함께 자리를 하였는데, 전형적인 한국적 만남의 시작을 보여 주었다. 수정이와 처음 통화하는 자리에서는:

"그런데 연배가 어떻게 되시나요?...전 **학번인데 그 쪽은요?"

수정이와 처음 대면한 직후에는:

"그럼 71년생이면 34살? 남편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일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이/출신학교/학번을 따져 확인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의식은 어떻게 형성되고 관계맺음은 어떻게 발전되는지... 이런 경우 십중팔구 좋은 관계로 맺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오랜동안의 경험이다.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았다면 아는 사람과의 관계도 있고 하니 이런 '선후배' '연배'관계를 의식하긴 하지만, 어제와 같은 경우는 평소 피하고 싶었던 관계맺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로 사람됨이 어떤지,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정이 깊어지면 어련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본사항'들을 왜 처음부터 확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서열관계를 맺고 싶어하는지...

한국인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처음 만나면 꼭 듣게 되는 질문들:
1. 몇 학번이세요?
2. 몇 년생이세요?
3. 학부는 어디서 했어요?
4. 무슨 전공 출신인가요?

현재의 '나'와 '너'를 알기에도 시간이 부족할진데, 과거를 들쑤셔서 현재의 '나'에 어떻게 이르게 되었는지를 꼭 확인, 수직적 서열관계를 세우고, 동류적 집단의식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지고자 한다.

물론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지 않은 사람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