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2, 2005

프랑스 남부 Menton으로의 여행

8월 26일 - 29일, 3박 4일 일정으로 프랑스 남부 니스 근방의 Menton이라는 곳으로 잠시 놀러 갔다 왔다. 친구의 여자 친구가 자기 부모님집이 그 곳인데, 부모님 휴가 여행으로 집이 빈다고 초대해서 잠시 짬을 내보았다. 오래전 97년도 프랑스 출장시에 잠시 프랑스 남부 해안을 들렀지만, 한나절 머문 것이 전부인지라 이번 여행은 다소 설레었다. 푸른 지중해 바다와 남부 프랑스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은 생각에 두말 않고 비행기 예약하고 수정이와 함께 다녀 왔다.

Menton이라는 곳은 니스(Nice)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서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탈리아와의 국경까지는 2킬로미터 정도 뿐이 안되는 곳이었다. 다소 습하였지만 화창한 날씨,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절벽, 소나무, 선인장 등이 런던에 갖혀 지내던 우리에게 즐거운 기분을 마음껏 갖게 하였다. 아래 사진은 근처 부둣가. 너무나도 눈부신 일요일 오후 하늘, 이 부둣가를 산책하다. 그림 엽서에서 톡 튀어나온 것 같은 풍경이었다.


집안에서 창밖의 소나무를 담았다. 이 지역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해변가, 동네 주변, 소나무를 정원수 마냥 가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산천 같은 느낌에 이 지역에 더 정이 간다.


친구의 집에는 각종 나무가 심어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그 중 홀로 자태를 뽐내던 Lemon tree. 정말 레몬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처음 본 나로선 한동안 알아보지도 못했었다.


집 정원에서 바라본 Menton 해변가. 오른쪽 끄트머리 즈음이 이탈리아와의 국경 지역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에는 수많은 이탈리아인이 방문하여 휴가를 보내고 집도 산다고 한다. 마지막날 저녁은 사진속 해변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먹었다. 맛있었다~


아래 사진은 8월 27일이 마침 Le Corbusier라는 건축가의 사망 40주기라,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자그마한 작업실/침실 오두막을 방문하였을 때 모나코 방면을 바라보며 찍은 것이다. 왼편 끄트머리가 대략 모나코라 하겠다.


Menton 해안가 어느 구석에 건축가 Le Corbusier가 생전 작업실 및 침실 등으로 이용하던 오두막 2채가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간단히 구글 검색을 하면 금새 수많은 링크가 튀어 나올 것이다. 건축을 전공했던 같이 간 친구에게는 학교때 무수히 듣고 배웠던 사람의 죽기 직전 생전에 작업하고 머물던 곳이라 나름 감회가 깊었던 것 같다.

8월 26일이 건축가 Le Corbusier의 40주기라 하여 지역주민 등을 초청한 조촐한 기념식이 열린다 하기에 친구들과 찾아가 보았다. 니스 시장, 지역 유지 등등이 와서 축사도 하며 그를 기억하는 모습이 자그마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지금도 근현대 건축을 전공하는 이들이 좋고 싫음을 떠나 한번씩은 언급할 법한 '대가'의 생전 오두막 모습은 지극히 소박하였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아주 간단한 가구,책상, 나무침대 등을 갖춘 곳. 이 곳에서 그는 남은 인생을 보내며 마지막 창조의 불을 지폈나 보다. 마지막 생을 이런 곳에서 보낸 그가 내심 부럽기까지 하다.

주인보다 더 주인같은 고양이 in Menton

폴린(친구의 여자친구)이 어릴 때 부터 키웠던 고양이. 듬직한 체격에 복스런 검은 털. 식사때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밥 먹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사람들 다리에 몸을 부벼대며 밥을 보챈다. 식사 후엔 잠시 오수를 즐기다 다시 또 사라졌다. 이름은 실베스타.

Saturday, September 10, 2005

어느 런던 부모의 마음

요즘에는 계속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수정이가 대신 하느라 나보다 더 고생을 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오늘 오전에 보러 간 집은 빅토리안 풍의 집으로, 3층 높이의 고즈넉한 집이었다. 이러한 집은 보통 한 층에 한 가구, 또는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나누어 단장을 하고 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본 곳은 그 옆에 딸려 차고지 같은 곳을 개조하여 세를 놓을려고 내놓은 곳. 집주인에게 사전에 얘기를 듣고 상상한 것 처럼 별로 마음 내키지 않는 구조였다. 물론 우리의 마음은 그 집에서 떠나 있었지만 정작 그 집이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그 집의 집주인 부부.

우리를 집앞에서 맞이한 그 부부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얼굴이 다소 벌겋게 상기되어 있던 남편은 집을 보고 돌아서려는 우리를 붙잡고 한참을 이 얘기 저 얘기 하더니, 종국에는 슬쩍 돌아서며,

"이거 내가 얘기하기 좀 낯 부끄럽지만, 우리 딸애가 이번에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에 합격했다" 라며 우리에게 뜬금없는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그 모습에 우리 역시 기분 좋아져 축하한다는 말을 한참 해주고 돌아섰다. 자랑하고픈 마음에 낯선 사람에게 마저 그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그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길 따라 걷던 우리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